7월의 편지
이미 충분한 당신에게
2026-08-04
7월 아침을 함께한 멤버들에게 보내는
클럽장 유진의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진입니다.
벌써 8월이네요. 지난 7월은 선선해서 "유럽 사람들은 여름에 원래 이랬나?" 싶었던 2주와, "오늘도 비가 오네" 싶었던 장마의 2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더운 아침에도, 어두운 아침에도,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아침 함께 글을 쓴 우리. 7월 한 달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요즘 모닝페이지로 유명한 책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읽고 있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모닝페이지의 목적은 잘 쓰는 데 있지 않다.
그저 당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엇이든 담아내기 위함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아침에 쓰는 글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미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거구나, 그런 생각을 했네요.
이번달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게 7월은 '충분하다'라는 감각을 익히는 달이었어요. 7월 베스트 글을 꼽으려고 아침에 쓴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사건만 다를 뿐 메시지가 다 똑같더라고요. 너는 이미 충분해.
매일 글을 쓰면서 알았어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넌 이미 충분해"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반짝거림에는 크게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정작 저 자신한테는 참 박했다는 것을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은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늘 이겨왔다는 것을요. 그래서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친구들의 댓글이 낯설면서도 참 고맙게 느껴진 7월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몰아봤는데요. (뒷북..!🥁) 이 드라마에서도 이미 충분하다는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인간이 영어로 뭐야?
휴먼 빙(Human Being).
휴먼 두잉(Human Doing)이 아니라 휴먼 빙이야.
그냥 존재하라고, 가만히.
내가 뭘 했네, 어쨌네, 정신없이 오락가락 두잉하지 말고, 빙.
-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중
이어서 드라마엔 이런 대사도 나옵니다.
모든 스토리는 '나는 존재한다'는 아우성.
우린 기껏해야 100년이면 다 사라지는데.
'사라지는 게 진정 존재했던 건가'
그런 의문을 잠재우기 위해
정신없이 스토리를 써대지.
-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중
와! '존재'와 '글쓰기'란 두 단어가 엮어지는 짜릿한 대사였어요. 의식해서 남기지 않으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했다는 것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도록,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삶. 글쓰기란 오늘 내가 '존재'했다는 것을 남기는 방법이더라고요. '오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어'하고 남겨두는, 그런 진한 기록이요.
지난 모라클 오프라인 모임 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삼 제가 좋아하지 않는 책의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저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모르겠는.. 메세지가 모호한 책들을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우리가 아침에 쓰는 글은 메시지가 모호할 수밖에 없잖아요?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쓰는 글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모닝라이팅클럽 사람들 글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다 모닝라이팅클럽에서 쓰는 글의 대전제를 하나 발견했어요. 우리가 아침에 쓰는 글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는 글이 아니라는 것. 물론 7시 55분이 되면 누군가 이 글을 읽을 거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위해 쓰진 않아요. 이 글은 오직 나를 위해 쓰이는 글이에요. 각자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은.. 그 글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애초에 그 글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려는 마음이 없어서인지, 글의 주제, 분량, 메시지, 표현 등 뭐 하나 빠질 것없이 반짝반짝 빛나게만 느껴집니다. (반대로 시중에 출판된 책은 엄연히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쓰인 글이라, 다른 눈으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올 한 해, 아침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자고 시작한 모닝라이팅클럽! 8월이면 어느새 3분의 2지점을 지나가요. 매 기수 시작할 때마다 모임장들에게 "혹시 제가 늦잠자면 55분에 소모임방 대신 열어주셔야 해요, 꼭이요!" 신신당부를 하는 저인데요! ㅋㅋ 그런 제가 지금까지 지각 결석 한 번 없이 아침 글쓰기를 해왔다는 게 아주 놀랍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이 이렇게나 대단한거구나 싶어요. ☺️
장마가 끝나서 이제 다시 밤산책을 시작해야지 싶었는데, 이번엔 열대야가 기다리고 있네요. 모쪼록 이 글을 읽는 글쓰기 동료들이 남은 여름을 재미나게 시원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마칩니다. 이미 있는 그대로 충분한 사람들, 늘 고맙습니다.
2026년 8월 4일
모닝라이팅클럽장 유진 드림
P.S.1. 드디어 홈페이지에 <글쓰기 작업실>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글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난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글쓰기 작업실은 홈페이지 메뉴를 통해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P.S.2. 이 편지 아래에는 댓글 창이 있어요. 편지를 읽고 떠오르는 마음이 있다면 아래에 한 줄 슬쩍 남겨 주셔요. 기쁘게 읽겠습니다.😆
댓글 6
글쓰기로 생각을 옮겨두며, 마음을 옮겨두며 우리는 순간에 ‘존재’했네요-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저희의 글쓰기 흔적들을 소중하게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편지 읽는데 눈물이 핑… 존재만으로 충분해 우리 모두…🥹💛
휴먼 빙!!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것을... 최근 많이 느끼고 공감되서^^ 모라클 시간은 나의 존재를 듬뿍 느낄수 있어 참 좋은 시간이에요. 오롯이 나의 날것!!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애틋해지는 모라클🥲 단지 존재만으로 충분한데, 그 이상으로 우리 모두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유진님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더 차고 넘치나요! 저의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모라클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수고와 칭찬의 토닥토닥을~~ 그리고 유진님 감사합니다!
존재만으로 충분한 우리들!! (그나저나 논란이었던 그 책을 저도 샀습니당ㅋㅋㅋㅋ 읽고 9월에 글써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