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편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

2026-09-01

8월 아침을 함께한 멤버들에게 보내는
클럽장 유진의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진입니다.
 벌써 9월이라니, 이러다 곧 해피뉴이어 외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한 달도 아침 글쓰기하느라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

 이번 달엔 자연 님의 글 속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는데요.

아침형 인간 호소인들의 
은밀하고도 따뜻한 집단 치료 모임,
모닝라이팅클럽 

 이 문장을 읽고 그야말로 뿜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로 일상에서 자꾸 이 문장이 떠오르더라고요? 단 한 문장으로 어쩜 이렇게 우리의 성격을 잘 담아내셨을까.. 감탄만 나왔어요. 표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 아침형 인간 호소인 : '아침형 인간'이 아닌 아침형 인간 '호.소.인'. 일단 여기서부터 빵 터졌습니다. 눈 뜨자마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부터 들어주고 싶어 아침 시간을 택했을 뿐. 하루 중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그때 뿐이라, 일어나자마자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 아침형 인간 호소인들! ㅋㅋ 

- 은밀하고 : 모라클에서 쓴 글 중, 인스타나 블로그엔 못 올리겠는 글이 꽤 있어요. 정말 솔직하게 쓴 글이라서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글에서도 '모라클이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라클에서만 이야기하는 거지만' 같은 표현들을 종종 보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 안전한 환경을 함께 만들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 따뜻한 : 따듯함. 서로 주고받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온도예요. 

- 집단 치료 모임 : 제 주전공은 심리상담인데요. 그동안 집단상담을 운영도 하고 참여도 해봤지만, 어떤 면에서는 모닝라이팅클럽이 더 나은 것 같아요. ㅋㅋ 서로 진단하거나 조언하지 않고, 그저 각자 글 쓰고 함께 읽어주는 시간들. 이런 시간을 매일매일 쌓는 건 그 어떤 집단 치료 모임에서도 못하는 일인걸요. 

이렇게 단어를 조각조각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이번 달 자연님의 문장이 소중하고 귀했습니다. 감사해요, 자연님! 💎

 8월의 저는 처음으로 결석을 했습니다. 
 그동안 모닝라이팅클럽에 결석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빠지에 다녀온 다음 날은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여러분, 30대의 빠지는 위험합니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줬던 게 문제였는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지금 내 목이 부러진 건 아닐까' 의심부터 했습니다. 이건, 뭐. 모닝라이팅이고 자시고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을 수가 없었어요. (제 친구는 결국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교통사고  수준으로 목을 다쳤다고 진단서를 끊어줬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말하지만, 30대의 빠지는 위험합니다. 😅)

 그런데 그날 밤, 후회했어요. 아,  그냥 아침에 글 쓸 걸.  2026년 마지막 날에 저는 이렇게 말하는 걸 상상해왔거든요. '여러분 덕분에 올해 아침 글쓰기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할 수 있었어요. 모두 감사드려요.😍' 

 그런데 이젠 이렇게 말하게 생긴 거예요. '여러분 덕분에 올해 아침 글쓰기를 한 번은 빠졌지만.. 그래도 그 외에는.. 안빠질 수 있었어요. 모두 감사드려요🙄' .. 그렇게 이상한 수식어를 붙이는 상상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빠지면 어때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늘 힘들면 쉬어가라고 말하면서, 모라클 예상결석일 횟수에 제한을 안 둘 테니 제발 건강 챙기자고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한테는 참 박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래서 저한테도 똑같이 말해주기로 했습니다. 좀 빠지면 어때! (오, 이거 라임 좀 괜찮은데요? 빠지 다녀온 사람이 말합니다. 빠지면 좀 어때서.)

.. 아무튼 이번 8월은 제 결석 말고도 다른 분들의 결석을 목격하게 되는 달이기도 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 왜 안 오실까. 궁금해서 연락을 하자니 부담될 것 같고, 그렇다고 연락을 안 하자니 무관심하다 느낄 것 같고. 갠톡을 보낼까 말까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

 그러다 자연스럽게 클럽장의 역할이 뭔지도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글쓰기를 안내하는 NPC인가.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어떻게 하면 아침 글쓰기를 더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 다이어리에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노션을 업데이트하자, 모임장의 역할을 재정비하자, 매주 퍼블리쉬 데이를 열어서 발행하는 기쁨을 나누자 등등.. 수십 개의 리스트를 적어내려가면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습니다. 

 제 역할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아침 글쓰기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자리를 지키는 것. 매일 참여하라고 부담을 주지 않아도, 누군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겐 힘이 되지 않을까.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글을 쓸 몸과 마음이 준비됐을 때 자연스럽게 돌아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떠올린 한 달이네요. 이번 달 모라클에 돌아오신 명지 님의 글도 떠올리면서요.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아니 혼자하면 아예 못가더라고요.. 같이 가유 

언제든지 같이 동행할 수 있는 제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여러분들 인생 한구석이 든든하게 느껴지길 바라게 됩니다. 

 오늘 9월 1일. 지금 저는 방학을 제대로 당하고 있습니다. 쓰고 싶은 글이 잔뜩 쌓여 있는데 방학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멈추게 됐어요. 이번 달은 방학없이 쭉 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 방학 때 구글밋 링크를 열어둘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그만 뒀습니다! ㅋㅋㅋ 학교에는 방학이, 직장에는 휴가가 있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8개월이나 했으면 아침 글쓰기가 습관이 될 만도 한데, 방학을 재빠르게 알아차리는 제 몸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기수만 기다리고 있어요. 9월이야말로 글쓰기의 계절 아니겠습니까. 날씨도 선선해지고, 초록 잎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이 시점에도, 저는 또 이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갈수록 모닝라이팅클럽 사람들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왜 때문일까요. 소연 님의 말을 빌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모라클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매일 아침마다 날 것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는 지금 제 마음을 글로 공유한 사람들이라서 그런 애틋한 마음이 터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8월에도 함께 아침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중한 모닝라이터 친구들 🫶🏻


2026년 9월 1일 

모닝라이팅클럽장 유진 드림



P.S.1. 이번 달 <글쓰기 작업실>도 업데이트 됐습니다. 지난 달에 쌓은 글을 둘러보는 재미난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글쓰기 작업실은 홈페이지 메뉴를 통해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P.S.2. 이 편지 아래에는 댓글 창이 있어요. 편지를 읽고 떠오르는 마음이 있다면 아래에 한 줄 슬쩍 남겨 주셔요. 기쁘게 읽겠습니다.😆

댓글 3

양경현2026.09.01

빠지 다녀온 사람이 말합니다. 빠지면 좀 어때서ㅋㅋㅋㅋㅋㅋ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돌아갈 곳을 만들어주어서 늘 고맙습니다💛 ‘아침형 인간 호소인들의 은밀하고도 따뜻한 집단 치료 모임’ 공감.. 올 해의 명언입니당…. 애틋하고 소중한 모라클 동료들 9월도 화이팅!

전소연2026.09.01

지금 이 순간 저를 가장 잘 아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유진님과 모라클 동료들❤️ 덕분에 정신없던 제 8월도 나를 위한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이제 선선한 9월이니, 또 같이 파이팅해요!! 🥰

이자연2026.09.01

씨네21이나 코스모폴리탄 편집장님 일기인줄🤭 제 표현을 이렇게 인용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 유진님의 다정함과 관심에 영업당해서 인정 욕구 중독자는 한 달 더 연장해요 (농담 반 진심 반🤣). 9월에 만나요! 🍁